<낭랑18세> 제 10 회
1. 응급실 (밤)
응급실의 문이 쾅! 열리면서 가영을 실은 스트레처가 급하게 달려들어온다. 그 옆에서 정신없이 쫓아 달리는 혁준. 혁준, 길게... 따라가다가... 진료실 앞에서 병원 스??들에게 제지 당한다. 혁준, 멈칫 물러서는데 혁준의 옷자락을 놔주지 않는 가영. 병원스??들이 밀고 들어가는 통에 손 놓게 되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는 혁준. 혁준의 눈 앞에서 문이 닫히고 남철과 종찬이 뒤따라 달려온다. 종찬, 혁준의 어깨를 잡는데 멍하게 돌아보는 혁준.
2. 신혼집/병원일각 (밤)
촛불같은거 밝혀놓은 어두운 방안. 생일케?恙? 양초를 꽂는 정숙... 혼자 중얼거리면서 스물 여덟 개의 양초를 하나씩 꽂고 있다.
정숙 (하나씩 꽂으며) 아저씨가 열 여덟살일때... 나는.. 여덟살... 아저씨가 열아홉살일때.... 나는.. 아홉 살... (점점 슬퍼지는) 아저씨가 스무살일 때... 스무살일 때....
가영(소리) 혁준씨와 나.. 첫사랑이에요.
정숙 (슬픈) ....내가 열 살 때 아저씬 벌써 첫사랑을 했었네... (괜히 명랑하게) 쳇.. 좀만 더 빨리 태어날걸...
정숙, 양초 꽂다 말고 시계를 보는데 거의 열두시가 다된 시각.
정숙 ....왜 이렇게 안오지...? (걱정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다가가받는) ....아저씨?!
혁준 내가 연락이 너무 늦었지?
정숙 괜찮아요. 근데 아저씨 언제 들어와요?
혁준 어쩌면 오늘 못들어갈지도 몰라.
정숙 정말요...? (실망했다가 곧 명랑하게) 알았어요. 아저씨 바쁜게 어제 오늘 일인가요? 저 다 이해하니까 걱정마세요.
혁준 정숙아.. 문단속 잘하고.. 그래... 잘 자라.
혁준, 착잡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는다.
3. 신혼집 (밤)
정숙 역시 착잡하게 전화 끊다가 말고 아차 아저씨!! 부르는데.. 이미 끊겼다. 전화기 내려놓다가 시계 보면.. 12시를 방금 넘긴...
정숙 후...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못했네... (표정) ... 좋아한다는 말도.
그러다.. 체념하고 케?? 정리하는.
4. 병원 일각 (밤)
종찬에게 정황을 설명하는 남철...
남철 ....제가 돌아왔을 땐 이미 난장판인 상태였어요. 그 제갈파의 최, 최..
종찬 최계진?
남철 네 최계진! 그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랑 부하들이 와서 그랬다고...
종찬 ....가영이가 제보한 거 알고 보복한게 틀림없구나.
남철 (번뜩) 제보...라뇨? 변호사님이 제갈파 일을 제보한겁니까? ...왜요?
종찬 어? 어 글쎄...? (얼버무리는)
남철, 뭔가 짚이는 듯한 표정인데 혁준이 돌아온다.
혁준 (남철 향해 애써 웃는) 남철아.... 오늘 많이 놀랬지?
남철 권검사님...!
혁준 변호사님은 걱정말고 들어가서 우선 푹 쉬어라...
남철 (뭔가 하고 싶은 말 있는 표정으로 보다가)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남철 꾸벅 인사하고 돌아선다. 그러다 흘낏 혁준 돌아보고 가는 표정.. 조금 갸웃하는.
남철 가고.. 혁준과 종찬 마주보는 표정.
종찬 (어깨 툭툭 치며) 나도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 좀 하고 올게. (가는데)
혁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종찬 (돌아보면)
혁준 가영이가... 제보한거... (심호흡하고) 나 때문에 그런거.. 맞지?
종찬 ....아무래도?
혁준 (한숨) ....가영이는.. 나한테 뭘 바라는걸까... 내가 그애에게 뭘 해줄 수 있다고... (답답한데)
종찬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지금은 아주 단순하게, 가영이를 최계진이한테서 보호하고 의식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이 정도만 생각해. 알겠어?
혁준 (표정)
종찬 (어깨 툭툭 쳐주고) 갔다올게.
종찬 가고... 혁준 혼자 착잡하다.
5. 가영의 병실 (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혁준. 가영이 파리한 모습으로 초췌하게 누워 잠들어있다.
그런 가영을 바라보는 혁준의 복잡한 표정.
6. 아파트 전경 (아침)
7. 현관 (아침)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정숙의 얼굴.
정숙 다녀오셨어요?!
혁준 (멈칫) ...어...
정숙 으.. 시시해.. 어가 뭐에요? 부인이 잘 다녀오셨냐고 물어보면 „다녀왔어’ 이렇게 얘길 해줘야죠. 안그래요 서방님?
혁준 (픽 웃고) 그래.. 다녀왔어.
8. 거실 (아침)
셔츠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는 혁준. 넥타이 매려고 하는데 옆에서 보는 정숙.
정숙 아저씨.. 표정이 왜 그래요?
혁준 ....왜?
정숙 힘들어 보여요... 피곤해서 그런 거에요?
혁준 응.. (아니지만) 피곤...해서... 피곤해서 그런거야.
정숙 (명랑하게) 내가 어깨라도 주물러 줄까요?
혁준 (픽 웃으며) 됐어.
혁준, 넥타이 매는데 다가오는 정숙.
정숙 내가 매줄게요.
혁준 괜찮아.
정숙 ... 내가 해줄게요..
정숙, 혁준의 넥타이를 매주는데... 그런 정숙을 물끄러미 보는 혁준.
갑자기 혁준이 다가와 정숙을 안는다.
정숙 (어리둥절한) ....아저씨...?
혁준 (지치고 힘든) 정숙아... 잠깐만.... 이렇게 있어도 돼?
정숙 (표정)
혁준 잠깐만... 아주 잠깐만 이대로...
혁준, 위로라도 받듯 정숙을 꼭 껴안은 채 그대로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의아한 정숙. ...아저씨...???
9. 집 앞 (아침)
혁준이 다시 출근하는데 뒤따라 나오는 정숙.
정숙 밥도 안먹고 이렇게 가면 어떡해요?
혁준 ...늦었어. 일찍 회의가 있어서 가봐야돼.
정숙 그래도...
혁준 괜찮아. 나 신경쓰지 말고 너나 꼭 챙겨먹어. (나가는데)
정숙 저기... 아저씨!
혁준 (멈칫 돌아보면)
정숙 나... 아저씨한테 할 말이... 있어요..
혁준 뭔데...?
정숙 .....생일... 축하해요.
혁준 (표정! 그러다 어색하게 웃는) ....고맙다.
정숙 그리고....
혁준 그리고...?
정숙 (망설이다가 그냥 웃는) ...다녀오세요.
혁준 (싱겁다는 듯 픽 웃고 정숙의 머리 톡톡 두드려주는) ...다녀올게.
혁준이 나간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정숙.
정숙 그리고 또....
정숙(소리) 사랑한다는 말은 다음에 할게요.
10. 검찰청 전경 (오후)
11. 검찰청 일각 (오후)
혁준, 바람쐬며 서있는데.. 종찬이 다가온다.
종찬 여??었냐?
혁준 (본다)
종찬 ....일 손에 안잡히지?
혁준 .....어...
종찬 (다 안다는 듯 툭 어깨 잡아주며) 가영이 병실에 2교대로 경찰 붙여놨으니까 걱정말고... 아 그리고.. 가영이 의식도 돌아왔데.
혁준 그래? 가봐야겠네.
종찬 지금 가보게?
혁준 응.. (가는데)
종찬 ...같이 가자.
12. 검찰청 로비 (오후)
혁준과 같이 나서는 종찬.
종찬 (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근데 있지 혁준아.. 나 이런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가영이.. 나는 솔직히 말하면 무섭다...? 내가 너라면 난 아이구... (하다가 표정 보고 얼른 입 닫는)
혁준 (슬픈) ...난 불쌍해... 그애.. 행복하지 않아서.. 불쌍해.
종찬 (보면)
혀준 (슬픈데 일부러) 야, 내가 생각보다 디게 멋있는 놈인가봐.. 왜 날 좋아하지?
종찬 (픽 웃는데)
혁준 옛날에 지가 싫다고 뻥 차놓고.. 뭐가 좋다고.... 나 아무것도 아닌데..
종찬 선뜻 위로도 못하고 혁준은 답답한데 선아가 급하게 오는 모습이 보인다.
선아 혁준아!!
혁준 ...누나...?!
선아 가영이가 다쳤다는게 사실이니?
혁준 ....어떻게... 알았어?
선아 가영이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사무장님이 그러시더라구. 도대체 어떻게 된거니?
혁준 ...누나...
선아 가영이가 그렇게 된거 다 너 위해서 그런거 아냐! 얼마나 널 생각했음 그랬겠어!
혁준 누나.. 무슨 얘길.. 하고 싶은거야?
선아 응?
혁준 혹시라도.. 내가 이혼하고 가영이랑 결혼이라도 하길 바라는건 아니지?
선아 (찔리는) ...혁준아...?
혁준 미안해 누나. 내가 지나쳤어. 먼저 갈게...
선아, 놀라 혁준을 돌아보는데... 종찬이 다가온다.
종찬 누님... 그렇게 안봤는데... 실망이에요?
선아 !!
종찬 선아누님... 안동 권씨 맞죠? 병기달권의 가르침을 받드는 태사공 후손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선아 무, 무슨 소릴 하는거에요?
종찬 하나뿐인 동생... 마음 아프게 좀 하지 말란 소립니다.
종찬, 쿨하게 인사하고 혁준을 따라가고.. 선아 뜨끔 덜컹해지는 표정.
13. 병원전경 (오후)
간호사(소리) 문가영 환자요?
14. 간호사들 데스크 (오후)
혁준과 이야기하는 간호사.
간호사 (차트 뒤져보고) 지금 정밀검사 중이라서 면회가 안되거든요?
혁준 그래요? ...의식은 회복했다고 들었는데... 어떻습니까?
간호사 검사 결과 나와봐야알겠지만 큰 외상은 없으니까 곧 퇴원하실 수 있을거에요.
혁준 네... 알겠습니다.
혁준이 간호사 데스크에서 나오는데....
종찬 헛걸음 했네...
15. 병원 앞 (오후)
혁준과 종찬이 나온다.
종찬 날씨 좋네~ (혁준보며) 난 여기서 퇴근할란다. 어제 잠한숨 못잤잖아.
혁준 그렇게 해...
종찬 근데 너... 제수씨한테 얘기는 했냐?
혁준 어? (멈칫한다) ....아니 아직.
종찬 어떡할거야?
혁준 ....가영이가 이렇게까지 한 거 알면... 엄청 놀라고 상처 받을게 뻔한데.... 그렇다고 숨기고 말 안해주는것도 그렇고..... (한숨) 어떻게 하는게 좋은걸까? 그냥 전부 다 얘기 해줄까?
종찬 글쎄.. 나도 뭐라고 말을 못하겠네.
혁준 (착잡한 표정이다가) ....나.. 후회돼...
종찬 (보면)
혁준 가영이가 제갈파 사건 맡았을 때... 내가 그냥 손떼버릴걸.. 정숙이랑 가영이 절대로 못만나게 할 걸... 그리고.. 가영이가 첫사랑이라는거.. 그냥 얘기해줘버릴걸...
종찬 얌마 가영이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 누가 알았겠냐?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는다고 세상 어떻게 되는 거 아니니까 제수씨 생각해서 신중히 결정해. (툭 치고) 나 간다.
종찬 가고 혼자 남은 혁준. 평화로운 오후.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는 어린이 환자들.
혁준이 혼자 멍하게 서서 생각하는.
16. 신혼집 부엌 (밤)
저녁 준비하면서 생각하는 정숙. 파 썰다 말고 생각에 잠긴다.
플래시백 - 갑자기 정숙을 껴안던 혁준의 쓸쓸한 표정.
정숙 아저씨가 왜 그랬을까....
골똘한데... 갑자기 팍 정전이 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정숙 뭐, 뭐야? 이거 왜 이래?!!!
17. 아파트 앞 (밤)
가로등도 꺼져있고 아파트 전체에 불이 나가서 컴컴한 집 앞.
혁준의 차가 멈춰서고.. 착잡하게 내리는 혁준.
혁준 (혼자 결심한다) 그래... 결정했어. 정숙이한테 다 얘기하는거야. 정숙이 강한 애니까... 괜찮을거야.. 상처받지 않을거야...
사방이 캄캄한거 의식 못하고 내려서 집으로 들어가는 혁준.
18. 집 앞 (밤)
혁준이 들어가는데..... 복도가 컴컴하다. 벽의 스위치 같은거 껐다켰다 하면서...
혁준 전구가 나갔나.....
혁준 더듬더듬 계단을 올라가 벨을 누른다. 딩동-
정숙(소리) 누구세요!
혁준 나야!
정숙(소리) 아저씨가 열고 들어와요!
혁준 칫.. 벨 누르라고 신신당부한 사람이 누군데...
19. 집 안 (밤)
혁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바깥은 달빛이라도 있어 조금 밝은데 현관문을 닫고 들어서자 화면이 진짜 암흑천지가 된다.
혁준(소리) 정숙아 너 불꺼놓고 뭐하냐?
정숙(소리) (울먹) ..아저씨.. 정전이에요.
혁준(소리) 정전?
정숙(소리) (울먹울먹) 아저씨.. 어떻게 좀 해봐요~ (하다가) 으악!
우당탕쿠당탕 쨍그랑 정숙이 넘어지는 소리 요란하다. 암전된 화면 위에 만화 말풍선과 그림들이 뜬다. (쿠당! 이런 의성어 의태어가 뜨는등.. 아주 간단한 만화같은 화면들-이를테면 예고편에 나오는 식으로 말이죠)
혁준(소리) 정숙아 괜찮아!
정숙(소리) (잉잉잉) 안괜찮아요....
혁준(소리) 정숙아 부엌은 위험하니까 이쪽으로 와.
정숙(소리) (잉잉잉) 아저씨 어딨는데요.
혁준(소리) 여기야 여기!
정숙(소리) (잉잉잉) 여기가 어딘데요?
혁준(소리) 내가 갈게 가만 있어 (하다가) 으악!
혁준도 우당탕하며 넘어지는 소리.
정숙(소리) 괜찮아요? (겁에 질린) 아저씨? 아저씨!!! 어떡해 어떡해!
하는데... 어둠 속에 혁준의 핸드폰 액정 홀로 환하게 떠오른다.
정숙(소리) 아저씨....?!
혁준(소리) 보이지? 이쪽으로 와.
정숙(소리) (감격) 아저씨이----!
쿠당탕탕 달려가는 발소리 나는데 으악! 하며 정숙과 혁준 동시에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탁 접혀 날아간다.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혁준(소리) (꽉 눌린) 저, 정숙아.. 무겁다!
정숙(소리) 바,발좀 치워봐요
혁준(소리) 니, 니가 일어나야 치우지.
정숙(소리) 꺄악! 어딜 만져요!
혁준(소리) 만지긴 누가 만졌다고 그래?!
암전된 화면 위로 만화에서 싸울 때 먼지풀풀나는 그림들 떠오르고...
혁준(소리) 찾았다!!!
혁준의 턱 밑에서 후레쉬가 탁 켜지는데 괴기스럽게 보이는 혁준의 얼굴.
정숙(소리) 꺄아아아아아아아
혁준 정숙아!
혁준, 놀라 정숙에게 후레쉬를 비추면 꼬로록 숨넘어가기 일보직전인 정숙.
20. 거실 (밤)
후레쉬와 양초를 밝혀놓고 앉은 정숙과 혁준. 혁준, 쿡쿡쿡 계속 웃는다.
정숙 그만 좀 웃어요!
혁준 왜? 또 기절도 하지 그랬어?
정숙 뭐에요? (불끈해서 투닥투닥 막 덤비는데)
혁준 ...잘못했어 잘못했어! (정숙의 공격 막아내며 푸하하 웃는데...)
정숙 (스륵 멈추고) .....이제 기분 풀린거에요?
혁준 응?
정숙 아침에 굉장히 우울해 보여서 걱정했단 말에요.
혁준 (아... 다시 환기되는)
정숙 이제 다 괜찮아진거에요?
혁준 어? 어....
정숙 (의아한데)
혁준 정숙아... 너.. (망설이다가) 음... 그 출사표 청년이 첫사랑이라고 했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정숙 (덜컹해서) 그, 그런데요?
혁준 너....혹시... 내 첫사랑은 누군지.. 안궁금하니?
정숙 (멈칫 본다)
혁준 정숙아.. 내 첫사랑 사실은... (하는데)
정숙 (외면한 채 얼른) 나 하나도 안궁금해요.
혁준 (표정)
정숙 예, 옛날 얘기 알아서 뭐해요.. 아저씨의 구닥다리 첫사랑 얘기 같은거 하나도 안듣고 싶어요.
혁준 근데 정숙아... 그게... (말하려는데)
정숙 (정색한) 알아서 좋은게 아니라면... 별로 알고 싶지 않아요.
혁준 (표정!)
정숙 (짐짓 명랑하게)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잊어버리라고.... 첫사랑같은건 이루어지는게 아니라고. 전 첫사랑 다 잊었어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어지간하면 첫사랑 잊고... 우리 공평하게 서로의 과거는 묻어두는걸로 하자구요. 에?
혁준 (혼자 골똘한데)
정숙(소리) ....아, 그렇게 해요! 그렇게 하는거에요!
혁준, 그래도 되나 싶은 표정으로 정숙을 돌아보는데... 턱밑에 후레쉬를 대고 기괴한 표정으로 있는 정숙. 혁준, 허걱~ 놀라고... 크크크 복수했다는 표정으로 웃는 정숙.
(시간경과)
거의 닳아진 양초. 정숙은 혁준에게 기댄 채 잠들어있고.. 혁준 멍하게 생각하는 표정인데.. 팟! 불이 들어온다.
21. 정숙의 방 (밤)
혁준, 침대에 정숙을 눕혀준다. 이불 다독여 덮어주고... 음냐음냐 잘도 자는 정숙.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혁준.
정숙(소리) 알아서 좋은게 아니라면... 별로 알고 싶지 않아요.
혁준 ...잘자라 정숙아.
불끄고 나가는 혁준.
22. 정숙의 집 아침 전경
전화벨 소리
23. 정숙의 집 (오전)
청소하다 말고 전화 받는 정숙.
정숙 엄마? (놀란) 어? 그렇지머.. 제사? 할아버지 제사가 내일이었어?
엄마(소리) 으이구.. 할아버지께서 널 얼마나 이뻐하셨는데 제삿날도 기억을 못하니...
정숙 나 진짜 나쁜 손녀야..
엄마(소리) 권서방도 바쁘지 않으면 꼭 오라고 해.
정숙 알았어.. 내가 아저씨한테는 전화할게. (전화 끊고 걸며) 이 바보! 바보!
하면서 전화를 한다. 근데 어디선가 벨소리가 울린다. 정숙, 이상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소파 구석에서 혁준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다. 정숙, 허무한 듯 웃는다.
24. 검찰청 일각 (오후)
서류 같은거 한아름씩 안고 걸어가는 혁준과 종찬.
혁준 (생각난 듯) 나... 정숙이한텐 가영이 얘기.... 안하기로 했다?
종찬 (힐끗 본다)
혁준 정숙이가 알아서 좋을게 없는거 같아서.
종찬 잘 생각했다. 난 그래야한다고 봐.
혁준 잘 생각한건지는 모르겠어. 절대 숨기는거 없어야한다고 해놓고... 내가 이러는거.. 마음이 무거워.
종찬 그래도 그게 나아. 시원하게 다 말하면 니 맘이야 편하겠지. 거짓말도 안하고... 그치만 정숙씨는 가영이 생각하랴 니 생각하랴 괴로워서 못살거야.
혁준 최계진까지 다 잡히고... 가영이가 마음 추스렸을 때.. 그때 얘기할래. 그때까진.. 모르게 하고 싶어.
종찬 그렇게 해...
웃으며 걸어가는 두 사람.
정숙(소리) 자리 안계시다구요?
25. 혁준 사무실 (오후)
김계장 네.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정숙 아아... 그렇구나...
김계장 특별히 검사님께 전할 말씀이라도....
정숙, 핸드폰을 꺼내서 건네주려고 하는데 김계장 책상 전화가 울린다. 김계장, 받는다.
김계장 네. 차장검사님. 권검사님은 지금 안계십니다.... 지금 현재 제보자가 다쳐서 권검사님의 특별지시로 병원에서 신병보호를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네...
정숙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김계장의 전화내용을 듣고... 이윽고 김계장이 전화를 놓는다.
정숙 제보자가 다쳤다뇨? 그럼 제갈파 사건이 다 끝난 게 아니군요...
혁준 (사무실로 마악 들어서던 중)
김계장 네. 더군다나 그 제보자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혁준 (놀라서 얼른 나서며) 정숙아!
정숙 아, 아저씨....?
혁준 (서둘러) 니가 왠일이냐? 커피 마시러 갈까? 가자. 가자
정숙 서둘러 데리고 나가는 혁준.
26. 휴게실 (오후)
정숙이 혁준의 앞으로 핸드폰을 밀어준다.
정숙 이거 전해주러 왔어요. 전화 없으면 일하는데 답답할 거 같아서...
혁준 그래. 고맙다. (전화 넣으며) 놓고 나온 줄도 몰랐네....
정숙 아까 잠깐 듣기로는 제갈파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던데.... 사실이에요?
혁준 ....응 조금 더 있어야할거 같아.
정숙 (곰곰히 생각하다가) 그럼요... 아저씨....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가영언니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이 사건을 계속 진행하는 건가요?
혁준 (착잡한) 아마... 그럴 수 없을거야.
정숙 그럴 수 없다니요?
혁준 어? 어... 이젠 맡지 않을거라는 얘기야.
정숙 ..그렇구나.. 잘 됐네요. 가영언니가 그 나쁜 사람들을 변호하는 거 사실 좀 맘에 걸렸었는데...
혁준 .....
정숙 근데 그 사람 많이 다쳤어요?
혁준 (보면)
정숙 그 제보해준 사람이요. 고마운 사람인데.. 참 안됐어요.
혁준 (표정)
27. 검찰청 (오후)
정숙을 배웅하는 혁준.
혁준 집에 바로 갈거지?
정숙 네. 아참.. 내일 할아버지 제사거든요? 오늘 일 많이 하고 내일은 일찍 퇴근하세요.
혁준 알았다...
정숙 그럼 집에서 봐요!
정숙, 팔랑거리며 달려가고 착잡하게 바라보는 혁준.
28. 정숙의 아파트 앞 (오후)
정숙의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남철. 생각하는 표정 위로
(플래시백)
-남철 (번뜩) 제보...라뇨? 변호사님이 제갈파 일을 제보한겁니까? ...왜요?
종찬 어? 어 글쎄...? (얼버무리는)
-9부 가영 결혼한 사람 좋아하면 안되나요? 하던..
-9부 가영 혁준의 품으로 풀썩 쓰러지던.
남철, 대충 알겠다는 표정으로 심각한데.. 저만치 정숙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정숙 (남철 알아보고) 남철아?!
남철 정숙아. 할 얘기가 있다.
29. 놀이터 (오후)
그네 타면서 이야기하는 정숙과 남철.... 정숙, 눈 동그랗게 뜨고...
정숙 가영언니가... 우리 아저씨 좋아하는 거 같다고?
남철 그래. 두 사람... 학교 동문인 것도 그렇고... 분명 뭔가 있어.
정숙 (피식 웃으며) 야, 지남철! 고작 그 얘기 해주려고 폼잡은 거냐?
남철 ?
정숙 나, 다 알고 있어.
남철 뭐? 다 알고 있다구?
정숙 그래. 우리 아저씨랑 가영언니... 첫사랑이래. 나도 첨엔 좀 당황했는데... 상관하지 않기로 했어. 아저씨만 흔들리지 않음 되잖아. (웃으며) 난 아저씨 믿어. 믿으니까 괜찮아.
남철 (표정) 알고 있었구나... 괜히 걱정했네... 난 또 아저씨가 너 배신하고,
정숙 (남철이 귀여운 듯 말자르며) 핏... 말이 되는 소리해라. 암튼 걱정해줘서 고맙다, 지남철....
남철 (수긍하듯 피식 웃고) ...어쨌든 니가 다 알고 있다고 하니까... 내 맘은 편하다. 난 사실 우리 변호사님 병원에 입원할 때 권검사님이 밤새 계셔서 둘이 좋아하는 사이가 아닌가 오해했었거든....
정숙 (놀란) 응? (보면)
남철 우리 변호사님이 제갈파 제보하는 바람에 다치셔서 얼마전에 병원에 입원하셨어.
정숙 (멈칫) 병원이라니....?
남철 아, 문변호사님 입원한 거 몰라? (그러다 보며) 권검사님이 말 안해?
정숙 (얼떨결에 맞장구) 했지! 당연히 했지!
남철 오늘 잠깐 들렀었는데 제갈파 놈들이 다시 올까봐 권검사님이 경찰들 쫙 깔아놔서 분위기 살벌하드라.
정숙 (표정!)
남철 그나저나 문변호사님이 제갈파 찌르고 입원한 덕에 나 잘 하면 실업자 되게 생겼다. 그전에 밥 한 번 살게. 암튼 니가 다 알고 있다니... 내가 괜한 걱정했다. 나 간다.....
남철, 명랑하게 웃고 가고.. 멍하게 선 정숙.
정숙 이게.. 무슨 소리야...? 그,그럼... 언니가 제보자였던 거야....?!!!
30. 혁준의 차 안 (오후)
운전하며 통화하는 혁준.
혁준 ...제가 지금 병원 거의 다 왔거든요? 지금 도착하면 면회 가능한거죠? 네 알겠습니다.
31. 병원 앞 (오후)
혁준의 차가 들어온다.
32. 병실 (오전)
혁준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파리한 모습으로 혁준을 바라보는 가영.
마주 보는 두 사람의 표정.. 심각한데...
(시간경과)
가영과 앉아 이야기하는 혁준...
혁준 왜 그랬니...?
가영 ...
혁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거야...
가영 (눈물 고여) 혁준씨한테.. 제일 좋은 생일선물을 해주고 싶었어...
혁준 뭐...?
가영 무얼 해줄까.. 정말 고민많이 했었어.... (눈물 고여 불쌍해 보이려하는) ....내 딴에는 어렵게 고른 선물인데... 정말 어렵게 고른 선물인데...
혁준 가영아...!
가영 (울면서) 혁준씨 너무해.. 내가 무슨 마음으로 한건지도 모르면서...
혁준 가영아.. 제발.. 이러지 좀 마... 날 빚진 기분으로 만들어서 도대체 뭘 어쩌자는거니?
가영 (확 보며) 혁준씨....?! 이걸.... 빚이라고 생각해?
혁준 그래.. 내가 쓰지도 않은 빚이 산더미처럼 쌓인 기분이야.
가영 ....그럼 갚아. 갚으면 되잖아.
혁준 (본다!)
가영 (시선 피하지 않는데) 내 옆에 있으면서, 그렇게 갚아.
혁준 (물끄러미 보다가 슬퍼지는) 넌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가영 !!
혁준 예전엔 이렇게 이기적인 니가 좋았어. 당당한게 너무 부럽고.... 예뻤어.
가영 그말은... 지금은.. 아니라는거야?
혁준 가영이 너... 전에 나한테 많이 변했다고 했었지? 그래 맞아. 나 변했어. 이제 결혼했고 ....아내가 있어.
가영 ......
혁준 (슬픈) 이 빚, 내가 원해서 생긴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꼭 갚을게. 하지만. 니 옆에 있어 주는 것으로 갚을 순 없을거야. 이해해줘. ...몸조리 잘해...
혁준, 나가고... 가영의 표정.
33. 병실 앞 (오후)
혁준이 병실에서 나온다. 지키고 있던 경찰 두 명이 인사를 하고.. 착잡하게 나가는 혁준.. 그런 혁준을 바라보는 시선. 혁준, 왠지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는데... 아무도 없다. 혁준, 생각 떨치고 돌아서 가는데.....
복도 구석에 숨어서 혁준이 지나가는걸 바라보고 있는 정숙. 충격 받은 표정.
34. 횡단 보도 앞 (오후)
붐비는 거리. 빨간 불이 켜진 횡단 보도에 멍하게 서있는 정숙.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고 사람들 다 건너가는데 그대로 멍하게 서 있다.
35. 정숙의 방 (밤)
혼자 멍하게 앉아있는 정숙.
정숙 왜 나한테 숨긴걸까?
남철(소리) 난 사실 우리 변호사님 병원에 입원할 때 권검사님이 밤새 계셔서 둘이 좋아하는 사이가 아닌가 오해했었거든....
정숙 아니야... 그런건 아닐거야... (거울보며) 아저씨를 믿자. 난 아저씨 아내잖아.
거울 보며 웃는 연습하는 정숙.
정숙 (웃으며) 다녀오셨어요? .....다녀오셨어요?
억지로 웃어보는데 잘 안된다.
36. 아파트 앞 (밤)
혁준의 차가 멈춘다. 시동 끄고 차 안에서 잠시 괴롭게 생각하는 표정. 그러다 룸미러 보면서 표정 연습한다.
혁준 (웃으며) 다녀왔어.... 다녀왔어... (후 어렵네)
37. 집 앞 (밤)
혁준이 벨을 누른다.
정숙(소리) 누구세요?
혁준 나야.
문이 벌컥 열리면... 애써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혁준.
혁준 다녀왔어!
혁준, 보면 역시 웃는 표정으로 서있는 정숙.
정숙 다녀오셨어요?
마주 보는 두 사람의 표정.
38. 부엌 (밤)
명랑한 척 열심히 노력하는 혁준.
혁준 이야 이 찌개 디게 맛있다. 너 음식 솜씨가 날로 일취월장이다?
혁준, 열심히 먹는데..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숙..
정숙 아저씨 전에 우리 약속한거 있잖아요...
혁준 뭐?
정숙 절대로 서로 숨기지 않기로 했던거요...
혁준 (표정)
정숙 (짐짓 명랑하게) 그거.. 예외 규정이 필요한거 같아요. 살다보면 그 순간에는 말하기 힘든 비밀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건 봐주는게 어때요?
혁준 그게.. 무슨 소리야?
정숙 무조건 숨기지 말자는 비현실적인 약속보단 중요한 비밀은 봐주자. 대신 나중에 꼭 얘기하자. 뭐 이런 거죠.
혁준 너 갑자기 그런 얘기를 왜 하는거야?
정숙 (명랑하게) 그냥요. 언젠가 비밀이 생길 수도 있을거 같아서요. 나중에 저한테 비밀 생기면 절대로 뭐냐고 꼬치꼬치 물어보지 마세요. 저도... 아저씨 비밀 안물어볼테니까.
혁준 (의아한) 정숙아...?
정숙 숙녀는 원래 비밀이 많은법이라니까요!
정숙, 맛있다는 듯 밥을 먹고 보는 혁준의 표정.
39. 검찰청 전경 (오후)
40. 혁준의 사무실 (오후)
혁준이 생각에 잠겨 있다.
정숙(소리) 절대로 서로 숨기지 않기로 했던거요... 그거.. 예외 규정이 필요한거 같아요. 비밀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혁준 혹시... 정숙이가...
혁준, 생각이 많은 표정인데... 전화가 울린다. 혁준, 전화를 받는다.
혁준 할아버님....
41. 혁준의 사무실 / 숙부차 (오후)
할아버지 오늘 윤월당 기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혁준 네, 정숙이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할아버지 그래서 나도 지금 올라가는 중이다.
혁준 할아버님도요?
할아버지 그동안은 몰라서 못 챙겼지만 알게 된 이상 내 어찌 모른 척 하겠느냐... 나는 새 아기와 있을터이니 너는 시간 맞춰서 오거라. 그래... 알았다..
할아버지 전화 끊고 어흠.. 창 밖을 보는 표정.
42. 정숙집 앞 (오후)
정숙이 나와서 기다리는 모습. 기운이 하나도 없이 멍하다.
이때 저 앞에서 빵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할아버지와 숙부의 차가 도착한다.
정숙 할아버님! (달려간다)
(시간경과)
숙부는 차 앞에 서서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한다. 정숙은 할아버지 옆에 서있는....
숙부 아버님. 그럼 전 저녁에 사돈댁에서 뵙겠습니다.
할아버지 그래. 내가 당부한 거 잊지 말고...
숙부 네. (정숙보더니) 할아버님 잘 모시게. 부탁하네...
정숙 알겠습니다.
숙부 (떠난다)
정숙 (할아버지 보며) 오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할아버지 아니다. 그래... 넌 별 일 없이 잘 지냈느냐?
정숙 (멈칫하다가) 네에... (맑게 웃으며) 그럼요.
할아버지 (얼굴보며) 근데 어째 새아기 너의 안색이 이리 어두울꼬.... 말해보거라. 무슨 일이 있었느냐?
정숙 아, 아닙니다. (더듬대며) 어둡긴요!
할아버지 (마치 정숙의 속마음을 아는 듯한 눈빛)
정숙 저, 정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짐짓 명랑한척) 저, 할아버님. 제사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제가 서울 구경 시켜 드릴까요?
할아버지 엥?
43. 몽타주 (오후)
-지하철을 타는 할아버지와 정숙.
-할아버지 표도 안내고 어흠 그냥 막무가내로 들어가다가 깜짝 놀라고
-정숙이 표 넣어주자 다시 어흠.. 간다..
-경로자 우대석에 앉아있는 젊은 것들. 할아버지를 보고도 비킬 줄 모르는데 정숙이 할아버지 몰래 눈으로 협박해서 쫓아내고 할아버지를 앉힌다.
-할아버지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
-디카로 사진 찍으며 히히덕 거리는 젊은 애, 정숙의 매서운 눈길에 얼른 시선 돌리고..
-할아버지 전혀 신경 안쓰고 홀로 독야청청
44. 거리 (오후)
정숙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거리를 걷고 있다.
정숙 (명랑한척) 할아버지, 경복궁을 갈까요? 아님 비원을 갈까요? 덕수궁도 있고.... 아, 맞다! 인사동 주변에 전통 찻집들도 많은데.... 글루 갈까요?
할아버지 (껄걸 웃으며) 새아기, 너는 어디를 가고 싶으냐?
정숙 저, 저요? (웃으며) 저,저야 할아버님 가고 싶은 곳이요. 어디로 갈까요?
할아버지, 멈춰서서 휘이 둘러보는 표정. 그러다가 문득 뭔가를 발견한 할아버지.
할아버지 저길 가자꾸나. 저기가 좋겠다.
하면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르키는 할아버지. 정숙, 뜨악한 표정!
할아버지가 가리킨 것은 노래방 간판!
45. 노래방 입구 (오후)
주인 (얼떨떨한) 하, 할아버님께서 노래를 부르시겠다구요?
노래방 주인이 눈이 동그래져서 도포입고 갓 쓴 할아버지와 정숙을 바라본다.
할아버지 (조심스러운) 왜... 나같은 노인네는 오면 안되는 곳인가?
주인 안되다뇨... 다만 너무 뜻밖이라서....
할아버지 흠... 모르는 소리. 옛부터 우리 민족은 풍류를 즐기는 민족이라는 것도 몰랐단 말인가? (정숙보며) 아가, 들어가자.
정숙 네.
할아버지 주인장 어서 앞장서서 안내하시오.
주인, 재밌다는 듯 허허 웃으며 정숙과 할아버지를 안으로 안내한다.
46. 노래방 (오후)
정숙과 할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서 앉는다. 정숙은 할아버지를 이런 곳에 모신게 죄송하다.
정숙 (괜히 죄송한) 할아버님... 저땜에 여기 오신 거라면 전... 지금이라도 할아버님이 가시고 싶은 곳을 가는 게 어떠실지...
할아버지 (말막으며) 아니다. 도포입고 수염 길렀다고 한시나 읊조리며 산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인게야. (비밀을 털어놓듯) 나도 안동에서 가끔 동네 사람들하고 이런데 와서 한곡 뽑곤 한다. (웃으며 책 건넨다) 자, 한 곡 불러보아라.
정숙, 노래책 보며 고심하는 표정인데 할아버지는 흐뭇하게 정숙을 본다.
(시간경과)
정숙이 카메라를 향해 돌아서면서 “저고리 고름 말아쥐고서...”낭랑 18세를 부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도 기분 좋게 박수를 치면서 듣는데 엇박자로 박수를 틀리게 친다.
정숙, 귀엽고 착한 느낌으로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 (점프) 댄스곡으로 발전해가는 정숙의 모습들. 춤도 추고 랩도 하고... 할아버지.. 고개 끄덕이며 바라보는 표정들. (점프) 빵빠레 소리가 울리면서 100점 만점이 뜨고 정숙은 좋아서 껑충 뛴다.
정숙 (들어오며) 할아버지, 저 백점 만점이에요. 백점 만점이요!!!
할아버지 (허허 웃는데)
정숙 할아버지도 한 곡 불러주세요.
할아버지 나? 노, 노래는 무슨..
정숙 (조르는) 할아버지이~!
(시간경과)
못 이기고 마이크를 잡은 할아버지... 정숙, 열광하며 박수를 친다.
할아버지 젊은 사람들 노래는 잘 모르겠고... 우리 혁준이가 좋아하는 노래로 한 곡 부르마.
할아버지 노래를 시작하는데... 선구자다. 막 박수치다가 멈칫 굳어지는 정숙.
할아버지의 노래 소리가 혁준의 노래 소리로 바뀌어간다.
(플래시백들)
- 혁준의 노래를 따라 흘러가는 인서트들.
- 파티장에서 노래를 부르던 혁준의 모습.
- 5부에서 결혼반지를 끼워주던 혁준의 모습
- 7부에서 자신을 찾아서 천문대에 나타나서 화를 내던 혁준의 모습
- 8부에서 같이 놋그릇을 닦던 혁준의 모습
- 10부에서 자신을 갑자기 안아주던 혁준의 모습 등등... 혁준과의 추억들이 스쳐간다.
정숙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47. 노래방 앞 거리 (밤)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나오는 정숙.. 할아버지 정숙을 돌아본다.
할아버지 이제 마음이 좀 풀렸느냐?
정숙 네?
할아버지 내 무슨 일인지는 묻지 않으마. 만약 혁준이 때문에 근심하는 거라면 니가 믿고 기다려주거라.
정숙 (표정)
할아버지 路遙知馬力(노요지마력)이요 日久見人心(일구견인심)이란 말이 있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시간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혁준이가 널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정숙 (감동받은)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래... 새애기 너는 이렇게 웃는 얼굴이 역시 보기 좋다. (말돌리며) 어서 가자. 윤월당 기제에 늦어서는 안될 것이야. (앞장서 가며 혼자 꿍얼거리는) 어험... 근데 요즘 노래들은 왜 이리 시끄럽다냐...
할아버지, 성큼성큼 앞장서서 가고 정숙, 그런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결혼반지를 보는 정숙.
정숙 (반지보며) 아저씨.. 믿을게요. 믿어줄게요.
정숙, 다시 씩씩해져서 웃으며 할아버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다.
48. 세탁소 전경 (밤)
49. 엄마집 거실 (밤)
제사상이 차려져 있고.. 윤월당의 영정사진.
할아버지.. 옛친구 영정을 보는 눈빛이 씁쓸한데... 정숙과 엄마가 마지막 음식들을 상에 놓는다.
할아버지 (상을 훑어보고) 제사상에는 생전에 선인께서 즐겨하시던 음식을 올리는 법인데... 아가.. 윤월당이 좋아하는 흑룽지는 왜 안보이는고?
엄마 흑,흑룽지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정숙 어, 엄마. 그게 말이지..
하는데 이때 문이 열리면서 숙부가 들어온다. 숙부님 오셨어요? 인사하는 숙부와 엄마. 정숙도 인사한다.
숙부 늦어서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껄껄웃더니) 아범아... 내가 말한 것은 준비해왔느냐?
숙부 네. 아버님. 어렵게 구했습니다.
하며 숙부가 뭔가를 꺼낸다. 정숙과 엄마, 뭔가 해서 보면... „청자’같은 옛날 담배.
할아버지 (정숙에게 담배 보여주며) 윤월당이 생전에 흑룽지도 좋아했겠지만... 아마 이 담배를 더 좋아했을게야.
할아버지 껄걸 웃고 담배를 제사상에 놓아준다. 바라보는 정숙과 엄마의 표정.
할아버지 (웃으며) 아가.. 혁준이한테 전화나 넣어보거라.
50. 혁준 사무실/엄마집 (밤)
혁준이 서류를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혁준 네 권혁준입니다. ..어.. 정숙아.. 미안..미안.. 지금 출발해. 한 시간이면 도착할거야. 금방 갈테니까 어머님이랑 하아버님께 좀만 기다리시라고 해줘.
전화 끊고 챙겨 나가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혁준 (무심코) 정숙아 또 왜? (하는데 눈커지며) .....네? 뭐라구요?!!! 가영이가.. 없어졌다구요?
51. 병실 앞 (밤)
가영의 병실 앞에는 경찰들과 간호사들이 웅성거리고 있고 잠시후 혁준이 뛰어 들어온다.
경찰1 권검사님!
혁준 (다급한) 어떻게 된 일입니까? 환자가 사라지다니요?
경찰2 그게... 참... 저희도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혁준 아니, 병실 앞에 한분도 아니고 이렇게 두 분이 경호를 서고 있는데 아픈 사람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단 말입니까?
경찰1 저희는 간호사들이 병실에 같이 있어서 괜찮을 줄 알고.... 잠시 담배나 한 대 피우러...
혁준 .....
경찰2 납치.. 된걸까요?
혁준 설마...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우선 병원 내에 있을 수 있으니까 다시 한 번 샅샅이 찾아주세요.
경찰들 네 알겠습니다.
혁준, 걱정되는표정인데 핸드폰이 울린다. 다급하게 전화를 받는다.
혁준 여보세요? ......가영아? (다급한) 가영아, 너 지금 어디야? 응? 어디냐구!!!
52. 거실 (밤)
제사상 다 차려놓고 혁준을 기다리는 정숙과 가족들...
할아버지 혁준이는 왜 이리 안오는게야?
숙부 아무래도 차가 밀리나 봅니다.
할아버지 그래도 그렇지 아까 출발한다고 한지가 언젠데.... 이런... 쯧쯧... (엄마 보며) 사돈께 죄송합니다..
엄마 아닙니다....
정숙 (좌불 안석으로 보는)
정숙, 전화기를 들고 잠시 부엌이나 다른 곳으로 빠진다. 정숙, 계속 혁준에게 전화를 하는데.. 통화중이다. 답답하게 전화를 끊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정숙 (얼른 받는) 아저씨?! 아저씨.. 지금 어디에요?
53. 병원 일각/ 엄마집 (밤)
다급하게 뛰어가며 전화를 하는 혁준.
혁준 정숙아, 나 아무래도 오늘 제사에는 못갈 거 같아.
정숙 (표정 굳으며) 왜요? 왜 못오는데요?
혁준 지금은 설명하기 힘들고... 내가 나중에 얘기할게.. 그러니까.. 어른들께는 니가 잘 말씀드려줘. 미안하다, 정숙아. 이만 끊을게
혁준, 전화 끊고 부리나케 차로 달려가고...
54. 엄마집 부엌 (밤)
정숙, 혁준의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멍하게 서있다. 뭔가 왠지 불안하고 불길한 예감...
엄마 정숙아... 권서방 통화됐니?
정숙 네? 네... (짐짓 명랑하게) 사무실에 아주 급한 일이 생겼나봐요.
엄마 그래? 할 수 없지 뭐...... (나가며) 어르신.. 권서방 늦는다니 저희끼리 지내지요..
정숙 (불안하게 서 있는 표정)
55. 가영네 별장 앞 (밤)
불이 환하게 켜진 별장 앞에 혁준의 차가 거칠게 멈춰선다.
혁준, 차에서 내리더니 별장을 향해 빠르게 달려간다.
56. 별장 (밤)
문이 발칵 열리며 혁준이 들어선다. 가영아! 부르며 여기저기를 찾는 혁준..
그러다 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가영을 발견한다.
혁준 .....가영아!!!
가영 (취기 어렸지만 좀 불쌍하게) 혁준씨.... 왔어....?!
(시간경과)
혁준이 가영의 가방과 코트들을 마구 챙기고 있다.
혁준 어서 서울로 올라가자. 다들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알아? 가자. 너,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가영 싫어!
혁준 (돌아보며) 가영아. 너, 지금 위험한 상태야. 아직 최계진이 잡히지 않았다구.
가영 상관없어. 갈테면 혁준씨 혼자가. 나 혼자 여기 있을거야.
혁준 (안타까운) 가영아... 너, 왜 자꾸 이러는 거니... 응?
가영 혁준씨 때문이야.
혁준 (표정)
가영 (불쌍하게)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혁준씨랑 단 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병원은 그럴 수 없잖아.... (혁준보며) 이럴 수 밖에 없었어.
혁준 (괴로운) 가영아...
가영 나... 바보 아니야. 이젠 알아. 혁준씨 잡을 수 없다는 거.... (눈물 흘리며)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 옆에 있어줘.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혁준씨....더 바라지 않을게. 오늘 하루만.. 내 옆에 있어줘... 응?
혁준 (버럭) 가영아!!!
가영 !!
혁준 (코트 건네며) 어서 입어. 가자.
가영, 혁준을 한참동안 보더니 갑자기 풀썩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한다.
가영 혁준씨... 너무해... 정말 너무해....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냉정할 수 있는 거야.....
혁준 (괴롭고 가슴아픈)
57. 세탁소 앞 (밤)
엄마와 정숙이 할아버지와 숙부를 배웅하고 있다.
할아버지 (엄마보며) 이거 면목이 없게 됐습니다. 윤월당한테 손주사위 절을 받게 해줬어야 하는데...
엄마 아닙니다. 나랏일이 더 중한 거지요... (웃으며) 저흰 어르신이 이렇게 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좋습니다.
할아버지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고마운 일이지요. 혁준이 허물을 너무 나무라진 말아 주십시오. 그럼 우린 이만 가겠소이다. (숙부보며) 아범아... 가자꾸나.
숙부 네. (정숙엄마보며)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엄마 네, 조심해서 내려가십시오.
정숙 할아버님, 숙부님.... 안녕히 가세요.
할아버지를 태운 차가 세탁소를 떠난다. 엄마와 정숙, 차 뒷모습을 바라본다.
58. 거실 (밤)
엄마와 정숙이 거실에 들어선다. 엄마는 쟁반을 집으며 연신 콜록거린다.
정숙 (쟁반 뺏으며) 엄마, 내가 혼자 할테니까 그만 들어가서 쉬어.
엄마 됐다. 이걸 니가 언제 다 치워. (다시 쟁반 잡으며) 엄마 괜찮아.
정숙 (걱정스런) 엄마아....
엄마 그나저나 권서방한테 아직 전화 없니?
정숙 어? 어어...
엄마 (일손 멈추며) 이상하네.... 정숙아, 권서방한테 무슨 말못할 일이라도 있는 거 아니니?
정숙 말,말못할 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그렇잖니. 권서방이 이렇게 감감 무소식인게 엄마는 좀 마음에 걸린다.
정숙 어어... (좀 불안하지만) 그런 거 아냐. 요즘 큰 사건을 하나 처리해서 야근도 잦고 바뻐. 나도 얼굴보기 힘들다니깐.
엄마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정숙 얼굴 살피다가) 혹시 너희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겠지?
정숙 (덜컹하지만) 없어... 아무 문제 없어.... (말돌리며) 엄마, 그만 들어가서 쉬어. 내가 천천히 정리하고 집에 갈게. (엄마 등 밀며) 어서어서....
하더니 정숙, 엄마를 잡고 방으로 향한다. 엄마, 어쩔 수 없이 정숙에게 이끌려간다.
(시간경과)
정숙, 엄마 방에서 나와서 잠시 멈칫 생각에 잠긴다.
엄마(소리) 권서방이 이렇게 감감 무소식인게 엄마는 좀 마음에 걸린다.
정숙, 멈칫하다가 애써 담담하게 상을 치우기 시작한다.
59. 별장 일각 (밤)
창가에 서서 전화통화하는 혁준.
혁준 네, 여기로 와주십시오. 제보자가 여기 있기를 원하니... 번거롭더라도 협조해주셨으면 합니다. 두분만 계시면 될 거 같습니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혁준, 전화를 끊고 구석에 앉아있는 가영에게 다가간다.
혁준 널 보호해줄 경찰분들이 와주기로 했으니까.... 서울 가기 싫다면 여기 있어도 돼. 그렇게 할래?
가영 ....
혁준 가영아.
가영 (불쑥) 혁준씨가 있어주면 되잖아. (혁준보며 간절한) 혁준씨가 내 옆에서 지켜주면 되잖아.
혁준 (답답하지만 달래듯) 니 옆에 있을 수 없다는 거 알잖아....
가영 왜....? 정숙씨 땜에?! 정숙씨 사랑하지도 않잖아!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
혁준 (자신도 모르게 울컥)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마! (한 템포 쉬고) 정숙이.... 누구보다도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야.
가영 (좀 놀란)
혁준 사랑? 사랑하냐구 물었니? 그래... 나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몰라. 하지만 정숙이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와. 왠지 알어?
가영 (분해서 입술 질끈 깨문)
혁준 나, 정숙이한테 아직 니 얘기 하나도 하지 않았어. 그애가 우리 사이 알면 상처받을까봐.... 내가 이렇게 너랑 같이 있는거 알면 충격받을까봐.... 나, 정숙이 속이고 지금 이러고 있는 거야. 이런 내 마음이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 아니?
가영 (상처받아서 빈정대는) 그, 그래? 혁준씨.. 정숙씨 끔찍이 위하는구나....?
혁준 (제발 이러지 말라는 의미로) 가영아!!!
가영 (표정)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침묵.
혁준 ..... 우리, 이런 얘기 그만하자. 사람들 올 때까지는 있어줄게.
하더니 혁준, 밖으로 나가고 망연자실한 가영.
60. 별장 밖 (밤)
혁준, 답답한 듯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61. 아파트 앞 (밤)
정숙이 울적한 얼굴로 아파트를 향해 간다. 정숙, 문득 불꺼진 창을 올려다본다.
정숙, 아저씨가 없구나... 왠지 혼자 집에 들어가기 싫은.... 걸음을 돌려서 어딘가로 향한다.
62. 거리 (밤)
정숙이가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를 걷고 있다.
조금은 쓸쓸하고.... 힘들고.... 외로운... 애써 자신을 위로하려는 듯 웃어보기도 한다.
이때 저 앞에 남자의 넥타이를 매주는 여자의 모습을 본다. 잘 못매서 헤매고 있는 두 사람.
(인서트) 6부에서 혁준의 넥타이를 매주던 자신의 모습.
정숙, 그때가 생각났는지 웃으면서 스쳐 지나가다가 왠지 혁준이 그리운...
정숙, 전화를 꺼내서 한참동안 망설이다가 전화벨을 누른다. 혁준에게....
63. 별장/거리 (밤)
가영, 멍하게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전화 소리가 들린다.
혁준의 코트 속에서 울리는 벨소리. 가영, 혁준의 전화를 찾아서 본다.
정숙의 이름이 떠 있다. 가영, 망설이는 표정! 그러다 전화를 받는다.
가영 여보세요.... (질투와 미움이 가득한) 정숙씨?!
정숙 (놀란) 가영언니?!!! 가영언니가 왜...
가영 (위악적인 미소가올라온다) 이런.. 이를 어쩌나.. 내가 실수를 했네요. 혁준씨가 나랑 같이 있다는 얘기를 안한 거 같은데...
정숙 지금.. 아저씨랑 같이.. 있어요?
가영 그래요. 나... 지금 혁준씨랑 같이 있어요.
주위의 소음이 갑자기 싹 사라지고... 전화기를 귀에 댄 채로 멍한 표정이 되는 정숙.
진공 상태 속에 갇힌 사람처럼 표정이 굳은 정숙. 스르르 전화기를 바닥에 떨어트리는데....
64. 별장 앞 (밤)
경찰차가 들어오고 혁준은 그 앞으로 다가간다.
경찰 두 명이 내려서 혁준과 인사하고... 몇 마디씩한다.
혁준 안에 있으니 들어가서 얘기하죠.
혁준, 경찰들과 함께 걷는데 갑자기 별장 문이 열리면서 코트를 입은 가영이 나온다.
혁준 가영아....?!
가영 맘이 바뀌었어. 서울로 갈거야.
혁준 그, 그럴래?
가영 (경찰들 보더니) 이분들과 같이 가면 되는 거지? 알았어, 그렇게 할게. (경찰들보며) 병원은 싫고 제 집으로 가주세요.
하더니 경찰차 쪽으로 다가간다.
경찰들, 약간 황당한 듯 있다가 혁준에게 인사를 하고 경찰차로 다가간다.
가영 (차 문을 열다가) 아참.... (혁준에게 다가와서 코트 내밀며) 자, 이거...
혁준 어어... 그래. (코트 받는데)
가영 아 깜빡할 뻔했는데... 아까 정숙씨한테서 전화 왔었어. 그래서 내가 혁준씨랑 같이 있다고 얘기해줬어.
혁준 (표정!)
가영 거짓말을 할 걸 그랬나? 미안해.
혁준 가영아.... 너... 정말....
가영 너무 원망하진마. 정숙씨... 이미 내가 혁준씨의 첫사랑인 줄 다 알으니까.
혁준 뭐? 뭐라구....?!!!
가영 저번에 안동에 내려갔다 온 적 있었지? 정숙씨는 그때부터 우리 사이 알고 있었어.
혁준 (표정)
가영 혁준씨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 차라리 솔직히 다 말해주지 그랬어? 그럼 이렇게 곤란한 일은 겪지 않아도 됐을텐데 말이야....
가영, 확 가버리는데 멍하게 서 있는 혁준. 혁준의 멍한 눈빛 위로.... 인서트들이 보인다.
<인서트들>
- 9부. 군고구마를 보다가 펑펑 울던 정숙의 모습.
- 9부 59씬. 정숙 (짐짓 웃으며) 믿어줄게요. 그냥.. 다 믿어줄게요.
- 9부 38씬. 가영이 준 티셔츠를 혁준에게 건네던 정숙의 모습.
- 10부. 첫사랑 얘기 듣지 않겠다고 하는 정숙의 모습.
혁준, 미친 듯 차를 향해 달려간다.
65. 혁준의 차 안 (밤)
혁준이 차를 급하게 운전하고 있다. 전화를 누르는데.... 신호만 갈 뿐 받지 않는다.
66. 몽타주 (밤)
-초조하게 차를 모는 혁준의 모습과 교차되는 정숙의 모습.
-정숙, 인파 많은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다.
-정체된 도로에서 답답해 하는 혁준.
-멀리 떠나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하염없이 걸어다니는 정숙.
67. 아파트 앞 (밤)
거칠게 도착하는 혁준의 차. 혁준, 부리나케 내려서 아파트로 뛰어 들어간다.
68. 정숙의 집 (밤)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는 혁준. 떨리는 손을 내밀어 벨을 누른다.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시 벨을 누르는 혁준. 그러나 역시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
참담한 표정으로 일그러지는 혁준. 마지막으로 다시 벨을 누르려하는데... 벌컥 문이 열린다.
미소지으며 혁준을 바라보는 정숙.
정숙 (눈물고인) 다녀오셨어요?
혁준 (눈물고인) ....다녀왔어.
서로 마주보는 표정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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